제4화. 경보음

여럿· 2026. 10.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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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경보음 사진 14시 53분. 경보음은 차 한 대에서 시작해 다음 차로 옮겨 갔다. 정우는 그 소리가 어떻게 퍼지는지 6번 통로 앞에서 그대로 지켜봤다. 동쪽 깊은 곳에서 하나. 그 근처에서 둘. 셋. 터널 동쪽 출구 쪽으로 갈수록 신호가 잡히는 휴대폰이 많아지고 있었다. 사십 분 넘게 막혀 있던 문자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경보음이 울린 차에서는, 잠시 뒤 문이 열렸다. 안에서 밖으로가 아니었다. 안쪽에서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먼저 났다. 그다음에 비명이 났고, 그다음에 문이 열렸다. "휴대폰 꺼요!" 정우가 외쳤다. 근처 차 안의 사람들이 그를 멍하니 봤다. 창문이 닫혀 있었다. 들리지 않았다. 은영이 그의 팔을 잡았다. "보지 말라는 거예요? 끄라는 거예요? 저 여자애가 아까 보지 말라고—" "몰라요. 둘 다요. 일단 다 꺼야 돼." 정우는 가장 가까운 차의 창문을 두드렸다. 운전석의 남자가 창문을 한 뼘 내렸다.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신호를 찾는 중이었다. 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휴대폰부터 들여다봤다. 뉴스를 보려고, 가족에게 연락하려고. "휴대폰 끄세요. 전원 끄세요. 지금요. 그리고 뒷차한테 똑같이 전하세요. 창문 두드려서." 남자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정우의 목소리에는 이해하지 못해도 따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십오 년 전 연병장에서 쓰던 목소리였다. 남자가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 그리고 뒷차 창문을 두드렸다. "휴대폰 끄래요! 뒤로 전하래요!" 정우는 은영을 돌아봤다. "복창시켜요. 차에서 차로. 동쪽으로." 군대에서는 그걸 '전달'이라고 불렀다. 무전이 끊긴 전방에서 명령을 사람 입에서 사람 입으로 넘기는 방법. 느리고, 중간에 말이 바뀌고, 그래도 끊기지 않는 방법. "휴대폰 꺼라! 뒤로 전해라!" 말이 차 지붕을 타고 동쪽으로 번져 갔다. 창문이 하나씩 내려가고, 고함이 넘어가고, 창문이 다시 올라갔다. 경보음보다 빠르진 않았다. 그러나 경보음과 반대 방향에서 출발한 그 말은 어딘가에서 경보음과 부딪혔다. 그 지점이 전선이 됐다. 5시 10분. 7번 통로와 8번 통로 사이. 정우는 그 지점에 두 번째 벽을 세우기로 했다. 동쪽에서 그것들이 차 사이로 흘러오고 있었다. 빠르진 않았다. 차가 빽빽해서 직선으로 걸을 수 없었다. 그게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는 은영과 6번 앞에서 따라온 남자 셋, 그리고 오는 길에 합류한 사람들을 세어 봤다. 열한 명. “8번 통로 바로 서쪽. 여기서부터 막습니다.” "동쪽 사람들은요?" 누군가 물었다. 정우는 동쪽을 봤다. 아직 차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 경보음을 듣지 않았거나, 들었는데도 아직 사람인 사람들. "뛰어오는 사람은 받습니다. 저것들이 오십 미터 안으로 들어오면 닫습니다." 아무도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 말이 맞다는 걸 다들 알아서였다. 벽은 1번 때보다 빨리 올라갔다.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쌓아야 하는지 알았다. 승합차를 비스듬히 밀어 넣고, 틈을 트렁크 짐으로 메웠다. 과일 상자, 전통주 세트, 누군가의 이삿짐 같은 종이 박스들. 한 박스가 터지면서 앨범과 액자가 바닥에 쏟아졌다. 아무도 줍지 않았다. 동쪽에서 사람들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정우는 틈 앞에 서서 한 명씩 받았다. 손을 잡아 끌어당기고, 다음 사람. 은영이 틈 안쪽에서 들어오는 사람마다 목과 팔을 확인했다. 물린 자국. 긁힌 자국. "물렸어요?" "아니요, 아니요—" "팔 걷으세요." 열네 번째로 넘어온 사람은 스무 살쯤 된 청년이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은영이 다시 물었다. 청년은 그녀의 입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자기 귀를 가리키고, 고개를 저었다. 은영은 한 박자 늦게 이해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 모양을 크게 해서 말했다. "물, 렸, 어, 요?"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소매를 걷어 양팔을 보여 줬다. 깨끗했다. 그의 손에는 휴대폰이 쥐어져 있었다. 화면이 켜져 있었다. 5시 24분. 두 번째 벽이 닫혔다. 마지막으로 넘어오려던 여자는 넘어오지 못했다. 정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 뒤에서 그것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정우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은영이 그의 허리를 잡아 뒤로 끌었다. 손이 미끄러졌다. 벽 너머가 조용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우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아까 아이언을 쥐었던 손. 그 전에 소화기를 쥐었던 손. 방금 한 사람을 놓친 손. 옆에 서하가 와서 앉았다. 상철이 서쪽 벽에서 보낸 사람들 틈에 섞여 온 거였다. 그녀는 청각장애 청년을 보고 있었다. 은영이 그의 옆에 앉아 휴대폰 메모장에 글자를 쳐서 보여 주고 있었다. 청년이 답을 쳤다. 은영이 그걸 읽었다. 그리고 표정이 굳었다. "뭐래요." 정우가 물었다. 은영이 휴대폰을 건넸다. 화면에 짧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엄마랑 같이 있었어요. 엄마 폰이 울렸어요. 저는 진동만 느꼈어요. 제 폰에도 똑같은 문자 왔어요. 저도 읽었어요. 엄마는 소리를 들었고 저는 못 들었어요. 엄마가 변했어요. 서하가 그 화면을 오래 내려다봤다. "보는 게 아니었어." 그녀가 작게 말했다. "저 그때 이어폰 끼고 있었어요. 노이즈캔슬링요. 패드로 드라마 보고 있었어요. 아빠 폰이 울리는 거 저는 못 들었어요. 그냥 아빠가 휴대폰 보는 것만 봤어요. 그래서 저는 그게…" 그녀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자기 패딩 주머니에서 무선 이어폰 케이스를 꺼냈다. 그걸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 쳐다봤다. "배터리가 아니었어요. 이거였어요." 5시 40분. 무전. "박 주임님." "듣고 있습니다." "기록하십시오." 정우는 청년의 메모, 서하의 이어폰, 그리고 자기가 두 벽 사이에서 본 것을 차례로 불렀다. 경보음이 울린 차 안에 있던 사람은 변했다. 같은 시각 창문이 닫힌 옆 차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다. 멀리서 터널 벽을 타고 울린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변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도 그 소리를 들었다. 정우는 그걸 무전에 대고 말하면서 처음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무전 너머에서 수첩 넘기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상철이 정리했다. "그러니까. 문자가 아니라 소리. 그것도 가까이서. 차 안처럼 닫힌 데서 귀에 바로 들어오는 크기." "예." "위급재난문자는 무음 모드에서도 최대 음량으로 울립니다. 끌 수가 없게 만들어 놨어요. 사람들 놓치지 말라고." 상철의 목소리가 잠깐 끊겼다. "그리고 재난문자는 기지국 하나에 걸린 모든 휴대폰에 동시에 쏩니다. 문자처럼 한 명씩 보내는 게 아니에요. 방송입니다. 그 기지국 아래 있는 사람은 전부, 같은 초에 듣습니다." 정우는 1화의 그 순간을, 고속도로 정체 행렬 수 킬로미터가 같은 초에 경보음을 듣는 장면을 떠올렸다. 설날 전날 오후. 전국 고속도로 위의 수백만 대. 차 안이라는 닫힌 공간. 창문은 닫혀 있고, 휴대폰은 거치대에, 컵홀더에, 무릎 위에. 그리고 신호가 닿지 않는 곳. 터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정우가 말했다. "청년 휴대폰에 그 문자가 남아 있습니다. 소리 끄고 봤어요. 비행기 모드 켜 놓고." "내용이 뭡니까." 정우는 청년의 휴대폰을 다시 받아 들었다. 화면 상단의 수신 시각부터 읽었다. 15:11 1화에서 관리소 CCTV에 처음 무언가가 잡힌 건 3시 12분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덮치기 시작한 건 그 다음이었다. 문자가 먼저 왔다. 정우는 본문을 읽었다. 재난의 종류도, 지역도, 행동 요령도 없었다. 발신 기관 이름도 평소와 형식이 달랐다. 한 줄뿐이었다. [위급재난문자] 지금 즉시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십시오. 무전 너머에서 상철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 작은 회색 글씨가 하나 더 있었다. 정우는 그걸 마지막으로 읽었다. 이 메시지는 10분마다 반복 송출됩니다. [4화 끝]
5화는 11월 1일 (일) 오전 6시에 공개됩니다공개까지 1일 · 매일
🔔 5화가 올라오면 바로 알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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