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6번문
여럿· 2026. 10.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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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07분.
정우는 차와 차 사이를 달렸다. 사이드미러에 어깨를 부딪혔고, 누군가의 트렁크 위를 미끄러지듯 넘었다. 1번 통로에서 6번 통로까지 1.25킬로미터. 그의 차는 그보다 조금 더 안쪽에 있었다.
차 안의 사람들이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그를 봤다.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몇몇은 그가 뛰어가는 방향을 보고 오히려 창문을 올렸다.
비명은 계속 이쪽으로 번져 오고 있었다.
같은 시각. 6번 피난연결통로 앞.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야 맞춰졌다.
사십 분 전, 첫 번째 방송이 나왔을 때였다. "가까운 출구 방향으로 신속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터널 한가운데 있던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운 출구는 입구도 출구도 아니었다. 초록색으로 빛나는 비상구 표시였다. 사람이 뛰어가는 그림. 피난연결통로 6 →
화재 대피 훈련에서 배운 그대로였다. 연기가 나면 옆 굴로 건너가라.
서른 명쯤이 그 문을 열고 서울 방향 굴로 건너갔다. 텅 빈 터널이었다. 그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정정 방송은 그쪽 굴까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십 분 뒤, 서울 방향 굴의 양쪽 입구로 그것들이 들어왔다.
서른 명이 같은 문으로 다시 뛰어 들어왔다. 문을 닫을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4시 14분.
정우가 6번 통로 근처에 닿았을 때 그곳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열린 방화문에서 사람과 그것들이 뒤섞여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차 문을 열고 도망치는 사람, 차 문을 잠그고 버티는 사람, 그리고 그 차 유리를 두드리는 것들.
정우의 차는 문에서 열 대쯤 앞에 있었다.
보닛 위에 무언가가 올라가 있었다.
그는 주변을 훑었다. 손에 쥘 것. 바로 옆 세단의 트렁크가 열려 있었다. 골프백이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설날에 골프백을 싣고 가는 사람. 정우는 그 사람에게 처음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드라이버를 뽑았다. 너무 가벼웠다. 내려놓고 아이언을 쥐었다.
보닛 위의 그것은 앞유리에 얼굴을 대고 있었다. 유리 안쪽에서 수진이 두 아이를 뒷좌석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그 위에 몸을 덮고 있었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정우가 아이언을 휘둘렀다.
4시 19분. 서쪽 벽, 버스 안.
등산복 남자의 이름은 김기태였다. 묶이기 전에 그가 직접 말했다. 쉰셋, 강릉 큰형 집에 가는 길이었다고.
그의 아내는 로프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 손목이 퍼렇게 부어오르고 있었으니까. 그건 아무도 탓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기태의 숨소리가 멈춘 건 4시 19분이었다. 아내는 그가 잠든 줄 알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버스 안에 있던 서하가 가장 먼저 알아챘다. 그 눈은 아까 관리소 철문 밖에서 본 눈과 같았다.
"아줌마, 떨어지세요!"
로프는 느슨했지만 풀리지는 않았다. 그것이 아내 쪽으로 몸을 비틀었을 때 오만석이 운전석에서 뛰어왔다. 그는 버스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 1번 통로 문을 막는 데 쓰고 남은 마지막 한 대였다.
아내는 소리를 질렀다. 오만석은 멈추지 않았다.
조용해진 뒤, 상철은 손목시계를 봤다. 그리고 수첩에 적었다. 그는 관리소에서 사고 시각을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그 습관이 지금도 손을 움직였다.
3시 19분 물림. 4시 19분 사망. 직후 변이.
밖에서 물려 죽은 사람: 즉시.
물리고 살아 있던 사람: 약 한 시간.
그는 그 두 줄을 오래 내려다봤다.
4시 26분. 6번 통로.
정우는 차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창문에 대고 말했다.
"괜찮아?"
수진이 고개를 들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유리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의 뒤쪽을 가리켰다.
6번 문은 아직 열려 있었다.
"문 닫아야 돼요!"
정우 옆에서 누군가 외쳤다. 삼십 대 여자였다. 손에 차량용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 패딩 소매에 피가 묻어 있었지만 그녀의 피는 아니었다.
"저 문 안 닫으면 계속 들어와요. 지금 저쪽 굴에 몇 마리 남았는지 모르잖아요."
정우는 그녀를 봤다. 침착했다. 이상할 만큼.
"누구세요?"
"최은영이요. 응급실 간호사요. 명절 근무 빼고 처음 내려가는 거였는데."
그녀는 짧게 웃었다.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둘은 문을 향해 걸었다. 차 사이에 숨어 있던 남자 셋이 그들을 보고 따라나섰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다.
방화문 앞에 그것 둘이 있었다. 하나는 쓰러진 사람 위에 엎드려 있었고, 하나는 문틀에 기대어 서 있었다. 정우가 서 있는 쪽을 맡았다. 은영이 소화기 바닥으로 엎드린 쪽의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두 번. 그녀는 맥박을 재는 사람처럼 정확했다.
문이 닫혔다.
남자들이 근처 승합차에서 짐을 꺼내 문 앞에 쌓았다. 아이스박스, 접이식 캠핑 의자, 쌀 포대. 쌀 포대가 가장 무거웠다. 시골 부모님께 드리려던 20킬로그램짜리 햅쌀이었다.
문 너머가 조용해졌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무언가가 아주 천천히 문을 긁고 있었다.
4시 40분.
정우의 무전기는 1번 통로에서 상철이 건네준 것이었다. 그가 송신 버튼을 눌렀다.
“6번 막았습니다.”
잡음 사이로 상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쪽도 정리됐습니다. 버스에서 한 명… 정리했습니다."
정리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정우는 묻지 않았다.
“2번부터 5번은요?”
"아직 조용합니다. 근데 우리가 모르는 것뿐일 수도 있어요. 7번부터 12번도요. 그리고…"
잠깐의 침묵.
"동쪽 출구가 열려 있습니다. 거긴 정체 끝이라 차가 없어요."
정우는 터널 안쪽, 동쪽을 바라봤다. 차량 행렬이 주황빛 속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1.6킬로미터. 그 끝에 열린 출구가 있었다.
"사람을 모아야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상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전기 너머에서 수첩을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해가 지고 있을 시간이었다. 터널 안에서는 알 수 없었다. 나트륨등은 똑같이 주황색이었다.
4시 52분.
처음엔 아무도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
터널 동쪽 깊은 곳, 어느 차 안에서 휴대폰 하나가 울렸다. 날카롭고 길게 이어지는 경보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소리. 터널 벽을 타고 그 소리가 1킬로미터 넘게 울려 퍼졌다.
정체 속에서 사십 분 넘게 신호를 잡지 못하던 휴대폰들이었다. 동쪽 출구에 가까운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휴대폰이 신호 한 칸을 잡은 거였다.
서쪽 벽 앞에서 서하가 그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보지 마세요…"
그녀는 처음엔 작게 말했다. 그리고 비명처럼 외쳤다.
"그거 보지 마세요!!"
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두 번째 휴대폰이 울렸다. 세 번째.
터널 동쪽에서, 경보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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